지난 시절 우리 농업은 볏짚을 땔감으로 사용한 재와 허기진 배를 채웠던 초근목피(草根木皮)는 물론 고구마, 감자를 먹고 배설한 인분을 혼합하여 보리, 참깨를 심었고, 생활주변의 우분(牛糞)과 견분(犬糞)을 모아 참외 및 채소 농사를 하는 등 자연순환농법을 몸소 실천하였으며 이를 통해 마을 앞 시내의 물은 손으로 마셔가며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미래 농업·농촌에 대한 고민보다는 배고픔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지난 7~80년대에 정부의 식량증산정책에 발맞추어 농민들이 동참하면서 정부에서 보급하는 화학비료를 과다 사용하게 되었고, 국내 및 외래 병해충 박멸을 위해 보다 강하고 과다한 농약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다보니 농업인들도 모르는 사이 토양과 환경은 점차 병들어지고 이는 다시 농민에게 부메랑이 되어 현재의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농촌의 어려움의 시작은 지난‘93년 UR(우루과이나)파동’때로 거슬러 올라 가 볼 수 있다. 한창 수확을 보던 포도, 사과, 복숭아나무를 뽑아내며 농민들은 절망의 한숨을 쉬면서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95년 WTO(세계무역기구)’가 구성되었고, 이어서 DDA(도하개발아젠더, 다자간협의기구)가 카불 도하에서 출범하였지만 각국의 이해관계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양자간협의체인 FTA(자유무역협정)가 봇물을 이루면서 수입농산물이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이에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은 생과 사의 기로에 서 있을 만큼 위태롭지만 이와 반대로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판로확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농업소득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부체만 늘어가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처지에 놓여 있게 되었다.
이렇게 어려워진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자 우리 농민들도 소비자가 원하는 친환경 무농약·유기농산물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가지면서 친환경 인증실적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증가하여 08년엔 172,553호가 174,107ha 에 농산물을 재배하여 2,188,311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품목별 출하량을 보면 곡류가 393,601톤, 과실류가 552,215톤, 채소류가643,346톤으로 채소류가 전체 친환경 생산량의 29.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실출하량 552,215톤의 세부사항을 보면 유기농이 1.5%, 무농약이 3.9%, 저농약이94.6%로 저농약 인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역별 친환경 인증 면적을 보면 08년 기준 전남이 총 101,256ha로 전국 친환경 농업실천 면적의 58.2%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19,967ha(11.5%), 경남이 11,613ha(6.7%)등의 순으로 나타난 반면 경기도는 가장 넓은 소비자시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환경 인증면적 3.5%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또한 08년 우리나라 농산물 거래규모를 살펴보면, 07년 보다 46.5% 증가한 3조1927억 원으로 추정되며 09년에는 08년 대비 17% 증가한 3조7355억 원으로 추정되고, 저농약신규인증제가 폐지되는 올해는 4조94억 원으로 매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어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지속적으로 구매동기를 유발하면서 확대될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농민들의 노력이 매년 증가되고, 시장의 전망도 밝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상욱 박사(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장)의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민이 산다”는 제목을 가지고 지난 2월24일 (사)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대의원을 상대로 한 교육은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하고 있는 농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농산물 유통에서 농업인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로 첫째로 농산물의 차별화를 꼽았다. 지난 90년대 중반에도 농산물유통시장에서는 산지 출하 농업인들에게 “제발 속박이는 하지 말아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빈약했던 농산물 품질 수준이 이제는 소지자들의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저마다 독특한 개성에 맞추어 산지에서도 속박이 근절은 말할 것도 없고, 규격화·포장화·안정성·기능성·당도·색깔·중량·크기 등 생산만이 아닌 소비자의 기호도를 맞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차별화된 농산물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된 대접(수취가격)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아무리 내 자식같이 애지중지(愛之重之)가꾼 농산물이라도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그와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때만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생산농가가 자신의 농산물만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해선 안 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도매인들의 눈에 맞출 수 있는 상품개발을 간과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농산물과 함께해온 그들이기에 ‘귀신은 속여도 중·도매인은 눈은 속일 수 없다’라는 속어가 있을 정도이며 걸어 다니는 판별사로 칭하기도 한다. 이에 중·도매인들을 이해시켜야 진정한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마지막으로 산지의 주체가 생산농가라면 소비자의 중심이 소비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농업기술이나 품종·품목의 농산물 마케팅 기법도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않으면 결국 농업인이 잘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실례로 aT(농산물유통공사)가 서울시 등 전국 1,000여 명의 주부를 상대로 주요 농산물구입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농산물 구입할 때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겠다는 응답자가 2년 사이에 2배 증가한 것이 반증하고 있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수박은 값보다 품질을 우선하겠다는 응답자가 03년 13%에서 05년 45%로 3배 이상 높아졌고, 딸기는 16%에서 34%로 일반토마토는 10%에서 21%로, 방울토마토는 10%에서25%로 갑절이 늘어났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친환경 과채류를 구입한 경험이 있고 경험이 없는 소비자 중에서도 60%는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친한경농산물에 대한 잠재구매요소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쇠고기 수입상들이 국내소비가 둔화되어 타국으로 다시 수출한 것도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농산물 선택은 까다로워지고 대충대충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규격상자에 고른 상품을 담아 ‘정직(正直)’을 기본으로 할 때 소비자의 선택을 당당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신뢰(信賴)’로 고객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1등 상품 대열에 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시장의 진리를 실천할 때만이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대 살아남을 수 있는 농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