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정
“유제기이후(有諸己而後) 구제인(求諸人).” “내가 한 이후에야 남에게 요구한다.”는 뜻의 경구입니다. 요(堯)와 순(舜)처럼 스스로 청렴하고 모범적인 어진 임금이 다스리면 온 백성이 따르고 본받아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됩니다. 반면 걸(桀)과 주(紂)처럼 스스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못된 임금이 다스리면 세상은 극도로 각박하고 흉흉해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덕목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 바로 ‘솔선수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국회를 통과한 특별감찰관제가 큰 논란거리입니다. 말이 좋아 특별감찰관제이지 허울뿐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거셉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데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대통령 친인척과 대통령비서실 수석이상이라는데, 100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초 감찰 대상이던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이 쏙 빠져버린 탓입니다. 국회가 자신들만 빼기는 미안해서인지 끼워팔기식으로 고위공무원까지 빼버린 것입니다. 국회는 ‘특별감찰관이 행정부 소속이라서 입법부를 감찰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궤변까지 들먹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국회의원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법원이든 행정부나 사법부 소속 기관의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 특권을 누려야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장단을 잘 맞추는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그러면서 낯 두껍게 선량(選良)이니, 민의의 전당이니 자처한단 말입니까? 권한만 실컷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감시조차 받지 않겠다니 놀부 심보가 아닙니까? 원래 특별감찰제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좀 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권력비리 감시 및 처벌을 위한 기관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약이지만, 야당도 비슷한 취지와 내용의 공약을 내걸은 바 있습니다. 이제 와서 슬그머니 이빨 빠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시켜서는 결코 안 됩니다. 즉각 국회의원은 물론 3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모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실질적인 수사권도 부여해야 마땅합니다.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지도부가 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만큼 우선 특별감찰관제부터 제대로 보강해야 할 줄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