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안성군수 조성헌 지난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의 내한(來韓) 공연(公演)을 관람(觀覽)했다. 나는 그날 연주(演奏)를 음악적으로 평(評)할 전문적 식견(識見)이 없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지휘(指揮)한 84세의 베르나르드 하이팅크(Bernard Haitink)와 피아노를 협연(協演)한 69세의 마리아 주앙 피르스(Maria Joao Pires)를 보면서 그 자체가 감동(感動)이었다. 노령화(老齡化)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현업(現業)에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誇示)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3세에 철학(哲學) 수상록(隨想錄)을 집필(執筆)한 전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인 김형석(金亨錫), 86세도 불구(不狗)하고 전국 방방곡곡(坊坊曲曲)을 다니며 전국노래자랑의 사회(司會)를 보고 있는 송해(宋海)방송인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2013년 61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 현상인 저출산 고령화에서 대한민국은 단연 압도적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인 고령화 사회에서 20%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시간으로 보면, 2005년 일본이 35년에 걸쳐 진입한 세계 신기록을 2026년 대한민국이 26년으로 갱신(更新)할 전망이다. 행정학자 피터트 드러커 는 저출산 ‘고령화를 국가 전체의 집단적 자살 행진’이라고 했다. 따라서 노인 인구를 복지의 대상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오히려 생산적(生産的)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마련도 어려운데 노인 일자리 걱정하는 것은 노욕(老慾)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부양받을 사람이 늘어나니 경제 활동 참여를 늘리는 것이 기본 중 기본 임에도 조기 은퇴를 유도하는 현재의 ‘저부담 고급여’ 구조의 공적 연금 체제는 하루빨리 개혁하여야 한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해서 편안하게 쉬어 보자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paradigm)이다. 이것은 은퇴 후 5~10년 내 죽을 때에나 맞는 말이다. 앞으로 40~50년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맞지 않는 이야기다. 지금의 50~70대는 과거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젊고 현명하며 의욕이 넘쳐 있다. 이제는 은퇴세대를 우리 사회의 ‘짐’이 아닌 ‘자산’으로 봐야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은퇴 세대는 지적(知的)으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의사결정이나 전략적 판단(戰略的 判斷) 능력은 오히려 나이가 먹을수록 더 발달한다는 것이 뇌(腦)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이러한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은퇴세대는 여전히 인적자원(人的資源)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인사들이 섞여서 같이 일할 때 훨씬 생산성이 높다고 본다. 은퇴 세대와 젊은 직원들 간에 서로 경험과 산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호혜(互惠)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근로윤리(勤勞倫理)가 뛰어나고 회사에 대한 전체에 모범이 된다. 요즘은 ‘제2의 성년기(Adulthood 2.0)’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다. 21세부터 60세까지의 ‘제1의 성년기’가 지나면 61세부터 다시 경제적,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제2의 성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지금 30대는 80세까지 일을 해야 실질적 삶을 살 수 있다는 전망(前望)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노인 개인의 삶도 행복해지고, 나라(國家)도 부담을 덜 수 있을까? 우리는 평생 일을 한다는 자기 다짐과 준비가 필요하다. 평생 직장(平生職場)생활을 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건강하여야 한다. 건강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 교우관계(交友關係)가 중요한 역할(役割)을 한다. 친구는 동정(同情)이나 동경(憧憬)이 아니라 동행(同行)의 대상이다. 세상은 친구를 만들어 주지만 세월은 친구를 확인시켜 준다. 살면서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게 즐겁지 아니한가? 5년 전 나의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삼성서울병원(三星病院) 영안실(靈安室)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다. 그런데 옆에 영안실에서 고인(故人)의 영정(影幀)을 보면서 80세 되어 보이는 노인이 평소 친구 사이에 이야기하듯이 지나온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도 다음날 발인(發靷)할 때까지 떠나는 친구를 아쉬워하듯이 밤을 꼬박 새우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여! 안녕! 우리 다음에 저승에서 다시 만나자 하면서 작별(作別)을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을 보면서 참다운 친구의 따뜻한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고인이 되었지만 참으로 행복(幸福)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명(短命)한 사람과 장수(長壽)하는 사람의 차이는 ‘친구의 수(數)’라고 한다. 친구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친구들과 늘 대화(對話)하고 긍정적(肯定的)인 사고(思考)방식과 모든 일에 감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기도를 외우고 잠자리에 든다. 친구들의 마음을 상(傷)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고, 늙어가며 말이 길지 않게 해주시며, 아무 때나, 어떤 일에든 꼭 참견하려는 잘못된 습관을 갖지 않게 해주시고, 모든 사람의 잘못을 고쳐주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