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제22대 국회 등원일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의원실 배정이 한창이다. 의원실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겐 4년 동안 살아갈 ‘보금자리’다. 그만큼 좋은 ‘방’을 배정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뜨겁다.
물밑 경쟁이 뜨거운 만큼 ‘선수’가 높은 의원부터 좋은 방을 배정해 주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래서 ‘선수’라는 ‘빽’이 없는 초선 의원들은 이른바 ‘험지(?)’로 내몰리기 일쑤다. 대표적인 ‘험지’는 10층. 이른바 ‘본청’이라 불리는 국회의사당에서도 멀고, 엘리베이터 사용 등 많은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강이나 여의도가 훤히 내다보이는 바깥쪽 방은 사정이 좀 낫다. 그래서 10층 안쪽에 자리 잡은 방은 의원실 가운데 ‘험지 중에서도 험지’로 ‘최악의 험지’인 10층 안쪽 의원실을 일부러 자청해 배정받은 당선자가 있어 화제다. 경기도 안성의 윤종군 당선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안성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전철역과 기차역이 없다. 윤 당선자는 전철역과 기차역을 유치해 달라는 안성시민의 염원을 반드시 임기 내에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안락한 ‘보금자리’를 위한 ‘로비’ 대신 일부터 의원회관 10층 안쪽 방인 1011호를 ‘자청’했다. 원래 1101호를 원했으나 11층이 없어 1101을 거꾸로 한 1011을 의원실 호수로 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
사연인 즉 이렇다. 1925년 11월 1일은 일제강점기에 안성역이 개통한 날이다. 그런데 안성을 통과하던 기차는 폐선된 지 오래고, 안성역도 1989년에 문을 닫았다. 수도권 접근성이 최악일 것은 불문가지 안성 시민들이 다시 안성에 전철역과 기차역을 끌어와 명실상부한 ‘수도권 안성시대’를 개막해 줄 것을 기대하고 윤 당선인을 선출한 핵심 배경이다. 윤 당선인이 ‘편리함’과 ‘쾌적함’ 대신 ‘지역 현안 해결 의지’를 의원실 ‘호수’에 담고 ‘최악의 험지’를 보금자리로 택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이쯤 되면 윤 당선인의 의원실 배정에 얽힌 사연은 ‘사모곡(思母曲)’에 비견될 만하다. ‘사모곡’이 아닌 ‘사향곡(思鄕曲)’ 쯤은 되는 것이다. 4년 동안 있을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러 ‘최악의 험지’를 ‘자청’한 윤 당선인의 결연한 의지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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