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3(수)
비에 취하다
시인 유재남
해질 무렵
호수위로 물수제비가
떨어져 내린다
물고기를 에워싼 어둠이
아슬 아슬 침묵을 삼키고
눈물 가득한 들꽃위로 옅은 바람이 인다
칠월이면 늘 그랬듯이
허공을 휘젓는 양떼처럼
울고 웃는 시간을 쏟아내며
뼛속까지 파고드는 희열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깊이만큼
한낮에 허세를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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